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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광주 송정동으로
작성자 성주억 [2015-07-24 10: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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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송정동으로 1... (호남선을 달리며)


갈비 살을 곱게 다져서 양념에 치댄 후 갈비뼈에 도톰하게 붙여 양념장을 발라가며 구워 먹는 갈비... 수염을 기르던 시절... 갈비를 뜯다보면 수염에 묻으니 양반 체통(體統)이 말이 아니다. 이에 갈비 살을 곱게 다지고 인절미 치듯이 쳐서 만들어 먹으니 떡갈비란다. 이 떡갈비는 먹기에 편하고 연하며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고기 맛을 느낄 수 있다. 주로 담양, 해남, 장흥, 강진 등지에서 시작되었다. 향토음식으로 팔고 있는 떡갈비는 유배(流配)당한 양반들에 의해 전해졌단다. 광주시 송정역 근처에도 떡갈비 집이 주(主)를 이룬다.

한편 빛고을 광주(光州)... 1896년 부제(府制)가 없어지고 전라도가 남북으로 분할되면서 도청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광주 학생 의거로, 1980년에는 5.18민주화 운동으로 격랑(激浪)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아직도 발포자 등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피해자만 속출되었으니 광주 시민의 아픔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이에 지역감정이 유발되어 선거 때만 되면 몰표가 나오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 방문한 광주는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개최되고 있어 곳곳에 꽃물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유니버시아드(Universiade)대회... 대학(Universjte)과 올림피아드(Olympiad)의 합성어로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주최로 1959년부터 격년으로 이어온 올림픽에 버금가는 종합 스포츠대회다. 오늘 떡갈비 동네로 각광을 받고 있는 광산구... 광주의 외곽(外廓)이지만 KTX의 정차역으로 이제는 광주의 중심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는 동래가 부산으로, 공주가 대전으로, 도심권이 이전하듯 교통의 중심이 새로운 거점(據點)도시로 변모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도청 이전으로 새로 형성된, 내포(內浦)와 남악(南岳)... 발전이 개대된다.

7월 5일 9시 19분 서대전역을 떠난 여행길... 연산, 논산, 강경, 이리, 김제, 신태인, 정읍, 백양사, 장성을 지난다. 역마다 꽃들이 많이 피었다. 꽃을 보니 어느 카페에서 나온 글이 생각난다. ‘정원사가 거름을 꽃으로 변화 시키듯 우리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미움을 사랑과 이해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단다. 오늘 차 안에서 나만의 명상(冥想)시간을 가지면서 인생을 부드럽게 살자고 다짐한다. 겉흙이 딱딱하면 물과 공기가 흙 속으로 잘 들어가지 못하여 나무가 자라지 않듯 판매원이 딱딱하게 손님을 대하면 손님이 끊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친절을 생활화하자. 11시 반 송정역에 도착한다.


광주 송정동으로 2... (떡갈비를 먹으며)

한 달 전 나주를 여행하였기 때문에 송정역을 중심으로 근처에 대한 소개만 하겠다. 걸어서 5분이면 광산구청 옆에 있는 떡갈비 촌에 도착한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검사(檢査)한 맛 집... 오늘 휴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아마 종교인이기 때문에 문을 닫은 것일까? 아니면 무관심일까? 무관심... 반항하는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은 무관심한 사람이란다. 반항하는 사람은 일을 하고 싶어도 뜻이 맞지 않는 것이고 무관심한 사람은 방심(放心)하기 때문이다.

광주 5미(味) 중 하나인 송정떡갈비... 6시 내 고향, 남도 문화 답사에 출연한 식당도 있다. 또 KTX 개통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도 걸려있다. 오늘 찾아 간 송극 떡갈비(942-0033)... 마음마다 손길마다 정성이 가득하다. 음식을 기다리는 도중 TV를 보니 유니버시아드 스포츠 중계방송이 나온다. 스포츠는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겨야 한다는 것은 자명(自明)한 일이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 형편없는 성적을 가지고 귀국한 프랑스 팀... 당시 드골대통령은 노발대발(怒發大發)하면서 면접도 거절하였단다.

한편 광주 5미는 무등산 보리밥, 송정 떡갈비, 광주 김치, 광주 오리탕, 광주 한정식이란다. 또한 광주 별미는 전국 최대의 생산지역인 우리 밀...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키워준단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 때 시민군에게 만들어 주었던 주먹밥, 소고기의 감칠맛과 계란 옷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지는 육전(肉煎), 오징어 등 각종 튀김을 잘게 썰어 양파, 마늘, 청양 고추와 싸먹는 상추 튀김, 비린내를 없애주는 녹차 국물에 밥을 말아 굴비와 함께 먹는 굴비정식... 당일 도축(屠畜)된 소고기를 생선회처럼 얇게 썰어 기름장에 찍어 먹는 한우 생고기란다.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돌고 감칠 나는 음식이다.

기본 반찬과 함께 나오는 뼈다귀 탕이 먼저 나오고 조금 기다리니 떡갈비가 나오니 고소한 냄새가 코를 지른다. 오랜 시간 고기를 다진 후 식당의 비밀인 소스를 고루고루 바른 후 노릇하게 구운 떡갈비... 마치 임금님의 수라상을 받은 느낌이다. 소주 한잔을 마시니 옛 말대로 상감이 부럽지 않다. 술은 여자, 재물과 함께 삼불혹(三不惑)으로 남자는 이에 유혹을 당하면 가정을 망친다. 또 음식에서 진미(眞味)를 모른다면 중의 이마를 씻은 물을 마신 기분이란다. 그래서 인생은 먹는 것이 중요하여 이식위천(以食爲天)이다. 

 
광주 송정동으로 3... (떡갈비를 먹으며) 
 
고량진미(膏粱珍味)같은 떡갈비를 먹고 타이어역사박물관으로 갔다. OO타이어 공장안에 있는 이 박물관은 사전에 예약이 없으면 입장할 수 없단다. 박물관이 아니라 회사 홍보관인 모양이다. 그러면 광주 안내지도에 타이어역사박물관이라 표시하지 말고 타이어 공장만 안내하여야지... 잘못된 일이다. 바람 맞은 심정으로 운전기사에게 용아(龍兒) 박용철(朴龍喆) 생가로 가지니 어딘지 모른단다. 영업용 택시기사는 그 지역의 관광 가이드이어야 하는데 오늘 광주 여행... 먹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관광은 완전 0점이다.

한편 龍兒 박용철은 영랑 김윤식과 함께 ‘시문학’을 창간하여 ‘떠나가는 배’, ‘싸늘한 이마’, ‘비 내리는 밤’, ‘밤기차에 그대를 보내고’ 등을 발표하였다. 그의 생가는 19세기 중반에 건축되었단다. 현대문학에서 선두에 섰던 龍兒... 초기 시단(詩壇)을 빛낸 공을 인정받아 이 저택을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여행길은 하는 수 없이 광주 송정역으로... 열차를 예매하고 대합실에서 앉아있는 심정은 착잡하지만 전망은 좋다. 이곳 무등산의 서석대와 입석대... 바위기둥인 주상절리(柱狀節理)다. 입산금지가 해제될 때 갔었던 생각이 난다.

무등산 정상 부근에 거대한 병풍을 둘러쳐 놓은 것 같은 장엄한 바위절벽이 펼쳐진 서석대(瑞石臺)... 화산 분출(噴出)로 용암(鎔巖)이 식을 때 수축되어 생겨난 것으로 ‘상서로운 돌’이라는 뜻이다. 저녁노을이 물들 때 햇빛이 반사되면 수정처럼 강한 빛을 발하며 반짝거리기 때문에 '서석의 수정병풍(水晶屛風)'이란다. 입석대(立石臺)역시 같은 맥락으로 현재 축단(築壇)이 일부 남아있다. 가뭄이나 질병의 전염이 심할 때 지방 관리들이 하늘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 제를 지내던 제천단(祭天壇)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무등산 입구의 증심사(證心寺)... 신라 헌안왕 때 철감선사(澈鑑禪師)가 창건하였으나 임진왜란과 6.25 때 소실되었다. 1971년에 크게 증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乘客)들... 잡담을 나누거나 피곤한 기색으로 졸고 있다. ‘얼굴이 예쁜 것은 몸이 건강한 것보다 못하고, 몸이 건강한 것은 마음이 바른 것만 못하다.’는 어느 선각자의 말씀이 생각난다. 열차를 타고 대전으로 오는 길... 나는 오늘 교만(驕慢)을 부리거나 남을 멸시한 적이 없는지... 용이 물 밖에 나가면 개미가 덤비는 세상이다... 또 정승 댁 송아지 백정 무서운 줄 모르고 사니 조심하여야 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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